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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34 wwish1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잡담고민 7 2821 1 2023.03.28 23:56
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신데, 치매가 걸리셔서 이젠 고모도 못 알아보시고 그렇게도 아끼시던 손자도 못 알아보십니다.
단기간에 이렇게나 급속하게 치매가 악화되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제는 할머니를 뵈러 가는 게 오히려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당장 할머니를 뵙는 게 후에 시간이 지나 돌아가셨을 때, "저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난 최선을 다했잖아" 이런 느낌입니다...
찾아뵈면, 할머니께선 손자인 저를 '자신을 찾으러 온 착한 사람'으로 여기시니 뵐 때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래도 어릴 때 사셨던 집은 기억이 나셔서, 계속 저보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십니다.. 하... 다시 기억하니 지금도 저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무능감때문에 자괴감도 듭니다.
이번 주 주말에 뵈러가고 싶은데, 위의 생각들때문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맞는건지. 맞고말고를 따지면 안 되는건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 생각은 어떻게 바꿔야하나요?
이 고민을 어디 누구에게 속 편히 말할 수도 없어서, 익명의 힘을 빌려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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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9 엄덕찬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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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뵙고 괴로워하기 vs 할머니 뵈러 안간거 후회하기
지나고 나면 후자가 훨씬 더 괴로울것 같지 않을까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였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 뵈러 안간게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선생님은 뭐가 더 괴로우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할머니 돌아가신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할머니 한번이라도 더 보러갈걸.." 이라며 후회합니다..
8
31 펜린데일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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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장례식은 정말 죽은 사람들을 위한 식일까요? 이미 죽은 사람인데 말이죠.
내세를 믿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다 일종의 장례는 치릅니다.

결국 장례는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예식입니다.
감정을 추스르고 각자 나름대로의 끝맺음을 가지기 위한 동기부여죠.
자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마음가짐도 사람이 장례식에 가서 애도를 하는 수많은 평범한 이유중에 하납니다.

결론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중요한 거지 무조건 할머니 덕 보게 해주려고 하는게 간호가 아니란 겁니다.
치매와 같은 불치병, 시한부, 심지어 사망을 했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사람들이 입싹씻고 다신 안찾아가고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죽은사람 조차 장례식을 가지죠.

치매를 통해 결국 글쓴이분께서 알고 계신 '할머니'는 떠났습니다.
신체는 살아계시지만 그 속에 계신 건 예전 그 할머니의 편린이죠.
지금 하고 있는 간병을 할머니를 치료하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면
그 괴리감에 죄책감만 더욱 심해질 뿐입니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순 있어도. 내가 상실을 받아들이고,
남들이 시신을 묻을 때 나는 할머니의 편린이라도 간병하며 조금 더 상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더 여유롭게 주어졌다고 감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5
69 rep2re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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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 자체가 안타깝긴 한데...ㅠ
'자신을 찾으러 온 착한 사람'
이라도 자주 왔었다는 사실이 할머니가 눈 감으실때 조금이라도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가실것 같습니다.
힘내세여!
1
43 조이리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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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입니다.
그냥 시간이 가능한한 많이 만나세요.
힘들어서 못가면 그건 이해하겠는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안가도 되는 핑계를 찾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잘 못해서 이제 조금이라도 하려는 것을 마치 과거의 죄책감을 지우기 위한 것이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핑계같습니다.
그냥 가세요. 지금까지 못한것 이제부터라도 하세요.
0
20 앵무새죽이기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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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작년 여름방학의 어느날은, 몸이 좀 불편하셨을 뿐 건강하셨던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엄마의 부탁을 받아 할아버지 댁으로 직접 찾아가 집에서 택시 타고 10분 거리인 신촌 세브란스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 물벼락이 터지는 날이었습니다. 택시는 잡힐 생각이 없고, 우산으로 가려도 속수무책으로 온 몸이 다 젖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할아버지 입원을 도와드리겠다 생각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택시를 잡았습니다. 중간에 잡은 택시는 제가 할아버지를 모시러 간 사이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타신 모습을 보더니 그냥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잡은 모범택시 한 대. 그 차에 할아버지를 태워드리고 저는 온몸이 젖은 채로 휠체어를 싣고 함께 올라탔습니다. 병원에서 내린 후에도 휠체어와 각종 짐들을 왔다갔다 옮겨가며 입원 수속을 도와드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내드리기 전, 할아버지가 나지막이 저에게 '수고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갖 불평을 하며 왔습니다. 왜 하필 이렇게 물벼락이 터져가지고, 하필 엄마가 이 날 일이 생겨서 나에게 부탁해 가지고, 하필, 하필, 하필... 그리고 한 달 뒤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어릴때 참 많이 사랑받은 기억이 있지만, 고등학생 이후로 몇번 찾아뵙지도 못했던 외할아버지를 갑자기 보내드리고 나서 저는 '한번 더 찾아뵐걸'하는 후회가 적었습니다. 어쩌면 그 날 물벼락이 터진날 온힘을 다해 입원을 도와드렸던 기억 때문이겠죠. 그 날의 그 한 순간 덕에 저는 마음 편히 할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죄책감 갖지 마시고, 한 번이라도 더 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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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jinmukk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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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화되기 마련이에요. 고생하고 계시고 충분히 잘하고 계시고 지금 드는 생각이 일반적인 사람의 생각입니다. 본인이 힘든데 긍정적인 생각만 할수는 없죠.

더이상 고민이나 생각을 멈추시고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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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므하노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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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시기 직전에 갑자기 다시 총명해지시더니 모두 기억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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