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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1장 초대-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사진영상 0 4997 5 05.17 15:47
동탄 xx아파트 1단지 10x동 5층 엘리베이터.

나는 퇴근을 하거나 운동을 나갈 때면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마주치곤 했다.

체스트넛 브라운의 부드러운 낮은 포니테일.
항상 밝게 웃는 강아지 같은 큰 눈.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딱 붙는 일명 동탄미시룩,
또는 하의실종 수준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손목에는 항상 얇은 골드 팔찌를 찬 그녀.

처음엔 그냥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먼저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늦게 퇴근하셨네요? 피곤해 보이시는데~”

“회사 다니시죠? 무슨 일 하세요?”

“와, 신사업개발팀이요? 대단하시다~ 저는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 좀 하고 있어요.”

그녀는 말수가 많고 웃음기가 가득했다.

며칠 전에는 “남편이 출장 가서 집이 너무 조용해요~”라고 투정처럼 말할 때,
그녀가 유부녀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녀의 밝고 명쾌함 때문인지 나도 내 얘기를 조금씩 하게 됐다.
나이, 직업, 아직 결혼은 안 했다는 것 정도까지.

그러던 어느 날 저녁 7시 반.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딩——

문이 닫히자 그녀가 거울을 보며 포니테일을 살짝 정리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봤다.
그 눈빛이 평소보다 조금 더 반짝였다.

“5층 사시죠?”

부드럽고 밝은 목소리.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502호예요. 그 쪽은 7층이시죠?”

그녀가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출근 시간에 뵀을 때 7층에서 내려오시더라구요.”

그녀가 “아~” 하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번호 좀 주실래요?
가끔 심심할 때 카톡이라도 할까 해서요.
이 아파트에 이사 오면서 친구가 없어서…”

유부녀라는 걸 분명히 알면서도,
그 밝고 솔직한 미소와, 엘리베이터 안에 우리 둘뿐이라는 상황이
거절하기 애매하게 만들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 번호를 불러줬다.

그녀가 바로 자신의 폰을 꺼내 번호를 찍더니,
바로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자마자 그녀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정미래예요.
잘 부탁해요, 502호 오빠♡”

전화를 끊고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
검은 돌핀팬츠 위로 살짝 드러난 탄력 있는 엉덩이 라인이
엘리베이터 불빛 아래서 부드럽게 흔들렸다.

다음 날부터 가벼운 카톡이 시작됐다.

[정미래]
오빠 오늘도 늦게 들어오셨죠?
나 지금 와인 한 잔 하고 있는데… 심심해요 ㅠㅠ

[나]
운동 끝나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와인? 혼자 마시면 위험하지 않으세요?

[정미래]
혼자 마시는 게 제일 위험하죠~
오빠가 와서 같이 마셔주면 딱인데 ㅋㅋ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가벼운 농담과 일상 공유가 점점 늘어났고,
그녀의 말투는 점점 더 친근하고 장난기가 짙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정미래]
오빠… 비공개 독서모임 하나 있는데,
관심 있으시면 한번 와보실래요?
저랑 언니 두 명이 같이 하는 모임인데…
분위기 진짜 좋아요.
와인도 좀 마시고, 책 얘기도 하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녀의 제안이 묘하게 끌렸다.

[나]
좋습니다. 한번 가보겠습니다.

[정미래]
야호!!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저녁,
언니들이 먼저 면담 좀 할 거예요.
언니들이 모임 초대 승인권이 있거든요♡
주소 따로 보낼게요!

그녀가 보내온 주소는…
우리 아파트 단지 안, 801호였다.

토요일 오후 3시 50분.

나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801호 앞에 섰다.
심장이 평소보다 조금 더 세게 뛰고 있었다.

딩동——

문이 열리자, 부드러운 조명과 은은한 플로럴 향기가 나를 감쌌다.

“안녕하세요, 502호님.”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날카로운 눈매의 여자가 미소 지었다.
제트블랙 긴 머리를 목덜미에 낮게 우아하게 묶은 치뇽.
연한 베이지색 실크 블라우스에 검은색 하이웨이스트 슬랙스 차림이었다.
블라우스는 몸에 살짝 달라붙어 가슴 라인을 은근히 드러냈고, 슬랙스는 허리와 엉덩이 곡선을 예쁘게 감쌌다.

그리고 그녀 뒤로,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큰 키의 여자가 보였다.
170은 되어보였다.
밝은 브라운색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려 있었다.
차가운 여우 눈매, 얇은 실크 캐미솔에 크림색 롱 카디건을 걸친 차림.
카디건이 살짝 벌어지면서 캐미솔 아래로 드러난 가슴골과 잘록한 허리가 선명했다.

두 여자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낮은 치뇽머리의 여자가 먼저 부드럽게 말했다.

“저는 김수아예요.
오늘 면담을 맡았습니다.”

이어서 밝은 브라운색 긴 생머리의 여자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 받았다.

“이하영입니다.
편하게 앉으세요, 502호님.”

거실은 고급스럽고 따뜻했다.
소파 테이블 위에는 와인 한 병과 세 개의 잔, 가벼운 치즈 플래터가 놓여 있었다.

김수아가 내 맞은편에, 이하영이 살짝 비스듬히 옆자리에 앉았다.

두 여자가 동시에 다리를 꼬는 순간, 김수아의 슬랙스 라인과 이하영의 긴 다리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30분 동안, 두 여자는 번갈아 질문을 던졌다.
김수아는 부드럽게, 이하영은 직설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신가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디까지 즐기실 수 있으신가요?”

“우리 모임은 단순한 독서모임이 아니에요.
서로를 아주 솔직하게, 깊게 알아가는 자리죠.”

김수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하영이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 받았다.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신가요, 502호님?”

두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꿰뚫었다.
부드러운 미소와 차가운 관찰력이 뒤섞인 그 압박감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네.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아가 만족스럽게 작게 웃었다.
이하영은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그러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럼… 좋네요.”

김수아가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일 저녁 7시, 여기서 환영회를 할 거예요.
미래도 올 테니, 편하게 오세요.”

이하영이 천천히 일어나며 문 쪽을 가리켰다.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내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복도에 서서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해야 했다.
등 뒤로 두 여자의 시선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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