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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록) 독서모임 히든엔딩 -15장 그리고 영원히 남은 것-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사진영상 17 24525 24 06.04 06:45
2026.06.04 06:59 YouCut_20260604_065355900.mp4 (7.5M)  + 364



15장 영상 링크
https://imgur.com/a/RdyGtL8




모든 것이 끝난 기분이었다.

김수아와의 관계는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완벽한 아내처럼 웃으려 애쓰지 않았고,
밖에서 날 만나도 예전처럼 날카롭게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내 어깨에 기대왔고,
가끔은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럴 때면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용히 쓸어내렸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았지만,
사실은 서로가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확인하는 데 익숙해진 것뿐인지도 몰랐다.

이하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녀다운 방식이었다.
나타나지 않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사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

정미래는 여전히 밝았다.
카톡에는 하트가 붙었고,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였고,
나를 부르는 말투는 예전처럼 가벼웠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밝음이 불편해졌다.
너무 밝은 것들은, 때로는 어둠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긴다.

그날 오후, 전화가 울렸다.

이하영이었다.

“502호님.”

차갑고 낮은 목소리.
언제 들어도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숨이 막히는 톤이었다.

“요즘은 좀 어때요?”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조용합니다.”

“조용한 게 꼭 괜찮다는 뜻은 아니죠.”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수화기 너머로 아주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수아 씨는 이제 자기 방식대로 살려고 하는 것 같고,
미래도… 겉으로는 여전히 밝아 보이더군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하영은 내 침묵을 들여다보듯 천천히 말했다.

“502호님도 이제 슬슬 피곤하지 않나요?
이 게임, 생각보다 오래 끌었잖아요.”

게임.

그 단어가 가슴 어딘가를 긁고 지나갔다.
처음엔 정말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누가 누구를 흔드는지,
누가 누구의 가면을 벗기는지,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이라면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면 된다.
졌든 이겼든, 손을 털고 나가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도 나가지 못했다.

이하영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조심하세요.
너무 깊이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어지니까.”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한참 동안 폰을 손에 쥔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천장은 하얗고, 방은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빠져나오기 힘들다.’

나는 작게 웃었다.
이미 늦었다는 걸,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다시 핸드폰이 진동했다.

정미래였다.

[정미래]
오빠, 잠깐 볼 수 있어?

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짧은 문장이었는데도, 손끝이 굳었다.

[나]
그래. 어디야?

답장은 금방 왔다.

[정미래]
아파트 근처 그 카페!
지금 출발할게. 오빠는 천천히 와도 돼 ♡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 어깨 위에 젖은 담요를 얹어놓은 것 같았다.

현관 거울 앞에서 잠시 멈췄다.
거울 속의 나는 피곤해 보였다.
눈 밑에는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고,
입가는 웃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대체 나는 뭐 하는 새끼지.’

처음엔 김수아만을 원했다.
그녀의 완벽한 미소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 단정한 가면이 내 앞에서만 무너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정미래에게 손을 뻗었다.
아니,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먼저 다가왔다는 말로 나를 합리화하고 싶지도 않다.
그녀의 밝음 뒤에 숨겨진 외로움을 나는 분명히 보았고
알면서도 이용했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장난,
그녀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깊어지던 눈빛.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까지 모두 가지고 싶어졌다.
김수아를 향한 욕망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미래 역시 내 안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었을까.

아니었다.

사랑이라면 누군가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랑이라면 누군가가 점점 더 나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면, 상대가 무너지는 걸 보고도 ‘내 것’이 되어간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저 중독되어 있었다.

카페 문을 열자,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정미래가 보였다.

“왔어?”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조금 늦게 도착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동자는 따라오지 못했다.

그녀 앞의 라떼는 이미 식어 있었다.
두 손은 잔을 감싸고 있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정미래는 대답 대신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하얀 봉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이유도 없이 심장이 내려앉았다.

“오빠… 먼저 이거 봐줄래?”

나는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작은 흑백 사진이 들어 있었다.
흐릿한 화면 중앙에,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이미 무엇인가인 작은 점 하나가 있었다.
희미한 윤곽.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너무 작고 조용한 존재.

손가락이 굳었다.

“…이게 뭐야.”

내 목소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갈라졌다.

정미래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오빠.”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치 그 말이 공기 중에서 깨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우리 아기야.”

세상이 잠시 멈췄다.

카페 안의 음악도,
커피머신 소리도,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모두 아주 먼 곳으로 밀려났다.

내가 들을 수 있는 건 내 심장 소리뿐이었다.

쿵.
쿵.
쿵.

정미래는 계속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남편이랑은… 정말 오래됐어.
이건… 오빠 아이일 수밖에 없어.”

나는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점 하나.
아직 이름도 없고,
목소리도 없고,
세상에 나온 적도 없는 존재.

그런데 그 작은 점 하나가,
내가 쌓아올린 모든 변명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 안이 바짝 말랐다.
속이 울렁거렸다.

정미래는 웃으려고 했다.
익숙한 방식으로,
언제나처럼 밝고 가볍게,
이 상황마저 장난처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입꼬리가 떨리더니,
눈가가 붉어졌고,
결국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오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에 내가 남편이랑 이혼하면…
나 받아줄 거지?”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정미래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너무 솔직해서 잔인했다.
희망과 두려움,
애원과 체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겨둔 자존심 같은 것이 한꺼번에 담겨 있었다.
나는 대답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괜찮다고.
함께 생각하자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침묵.

그 짧은 침묵이 모든 대답보다 더 분명했다.

정미래의 얼굴에서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작은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은 곧 울음으로 무너졌다.

“괜찮아.”

그녀는 괜찮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나 그래도 애는 낳을 거야.”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숨이 끝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정미래는 눈물로 젖은 얼굴을 손등으로 닦았다.
그러고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 처연해서, 차라리 울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나한테 실증이 나더라도…
수아 언니랑 계속 만나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내가 오빠를 가지지 못해도…”

그녀의 목소리가 아주 낮아졌다.
부드럽고,
슬프고,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오빠는 영원히 날 가졌으니까.”

그 말이 내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저지른 일은 누군가의 몸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한가운데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 일이었다.

정미래는 이제 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었다.
그건 또 다른 오만이었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나 없이도 살아가야 할 삶에 평생 따라붙을 그림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카페 창밖으로 사람들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통화를 하고,
누군가는 종이컵을 들고 바쁘게 걸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계속 움직였다.

그 평범함이 잔인했다.

정미래는 한참 동안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안지도,
밀어내지도 못했다.

그저 앉아 있었다.

내 손에는 작은 초음파 사진이 들려 있었고,
그 사진 속의 희미한 점 하나는,
내가 외면해온 모든 것의 대답처럼 조용히 남아 있었다.

김수아의 가면.
이하영의 관찰.
정미래의 웃음.
그리고 나의 욕망.

그 모든 것이 결국 이 작은 사진 한 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물었다.
속으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이게 내가 원했던 자유인가.

이게 그녀들을 흔들고,
무너뜨리고,
가졌다고 착각한 대가인가.

모든 것이 끝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진짜 시작이라는 것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만든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그 뒤에 남겨진 삶을 생각했다.

그 삶은,
내가 상상했던 어떤 욕망보다도 무겁고,
어떤 쾌감보다도 오래 남을 것이었다.





-독서모임 끝-











----------------------------------------------

{이미지용 프롬프트}

카메라는 남자1인칭시점(38mm렌즈)

손님이 없는 작은 카페안 창가자리에 앉아 살짝 미소짓고 있는여자 여자.
 그녀 앞 테이블 위에 커피머그잔이 있고, 그녀는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있고, 그 옆에 그녀의 가방이 있다.


[여자]
아름답고 매력적인 24세 한국 여자. 부드러운 강아지상 얼굴, 크고 동그란 눈매, 하얗고 매끄러운 광채 나는 피부에 자연스러운 홍조, 도톰하고 윤기, 체스트넛 브라운 색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낮은 포니테일로 자연스럽게 묶음, 포니테일 끝이 살짝 내려와 있고 얼굴 주변에 부드러운 웨이브 몇 가닥 흘러내림. 앞머리 거의 없음. 귀여운 느낌. 풍만한 가슴.
블랙 반팔 버튼 원피스 H라인 미니 트위드(허리가 잘록함)
손목에 얇은 골드 팔찌

완벽한 해부학, 곧게 정렬된 몸통, 극도로 디테일한 포토리얼리스틱, 8k, 샤프 포커스, 편안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현실적인 라이팅. 종횡비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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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15 원피스S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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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재능이네요 지렸네요
1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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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나 글이나 처음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거죠^^;ㅎㅎ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감사해요~~
0
60 콜택시기사조형기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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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검색해서 들어왔습니다.. 레전드시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ㅎㅎ
0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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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검색 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힘이납니다!
1
23 호시기여덜마리치킨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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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레전드레전드 레전드!!!! 결국 임신 양육비엔딩이군요
0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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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1화만들때부터 엔딩은 이렇게 해야지 했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0
38 Pudin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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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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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봇물로샤워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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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 했습니다. 대박 저도 해보고 싶네요
0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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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주행이라니.. 감사해요ㅎ 한 번 빠져보시겠어요? 우회의 세계로^^
0
48 꿈낚시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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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스토리에 영상까지 이정도 퀄이면 재능이 맞습니다.
0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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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감동했습니다 ㅜㅜ ㅎ 또 다른 글과 영상으로 뵐게요^^
0
26 산모구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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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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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야동부장73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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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히든엔딩이라니 정말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0
45 타블이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06.05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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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해주셔서 감사함니다 부장님^^
0
19 무기고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06.0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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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처음부터 봐야겠네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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