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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하루네요~

37 혀누야혀누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잡담고민 16 2661 9 2020.07.12 22:36
야씨를 포럼보러 들어오는 1인입니다.

여기에 고민글 쓰면 형님들께서 위로와 응원 잘해주셔서 이참에 그 힘을 부탁드리고자 일기같은 글 하나 써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좋아하던 분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20대후반에 더 배워 보겠다고 간 교육기관에서 만난 같은 직업의 동갑 여성이었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 교육기관 특성상 학기의 개념이 있고, 약 2주간의 기숙생활한 후 몇 개월 뒤 다시 만나는 걸 반복하는 곳인데요,  그 분의 집과 제 집의 거리가 무려 180km 나 차이나서 엄두가 안 났죠.

 같은 교육기관이면서도 얼굴을 잘 못 봤지만,  팀이 엮인다던가,  이동이나 밥 먹을 때 계속 붙어있게 되면서 더 빠져든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교육기간 후 카톡을 보냈지만 관심이 1도 없음이 느껴졌죠. 그래서 좋아하는 여성과 같이 온 친한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을 만나러 180km  떨어진 지역까지 이동해서 조언을 구했지만 퇴짜 맞았습니다.

몇 개월 후 우여곡절 끝에 좋아하던 여성과 데이트를 하게 되었지만 거리도 너무 멀고 관심이 없는 게 느껴져서 포기하려 했죠.

하지만 지난 2~3년간 꿈에 자주 나오고, 소개팅만 하면 그 분이랑 겹쳐져서 잊지 못하고 간간히 안부만 물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갖게 되면 항상 저한테

자신의 아픈 연애사를 들어달라하더라구요.  전 그게 친밀해지는 순간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 친구와 연애하는 걸 상상하며 그 지역에 이사가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죠.


그렇게 띄엄띄엄 지내다가 최근 다시 교육기관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젠 저도 마음이 확실해졌고, 마침 그 친구의 생일이 와서 고백을 하려 했습니다.

그 지역까지 가겠단 말을 했지만 그 때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간히 안부 묻는 사이에 소개팅을 했더군요.

그동안 과감하지 못했던 제 자신에 대한 후회와 좌절감 등이 몰아쳤습니다. 하루종일 우울해서 한동안 돈도 흥청망청 쓰고, 미신이란 미신은 다 믿었으며, 어떻게든 괜찮으려고 돈을 때려박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을 다 바꿨습니다.

그 친구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할 것 같아 마지막이란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죠.


 형님들이라면 이때 다들 현명하게 다른 사람 만나러 떠났겠죠??

저는 좀 바보인가 봅니다. 그 친구가 교육기관에서 내야 하는 보고서가 있는데.....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그 보고서를 위한 문서를 100개정도 찾아서 정리해주고 책도 사서 빌려주었습니다.

제가 대신 공부해서 보고서 전체 방향과 내용도 어느 정도 조언해주었죠..

그러느라 코로나 2개월간 잠시 쉬는 타이밍에 하루종일 그것만 봤습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는 나도 곧 보고서를 써야 하니 스터디를 하잔 말만 해놓고, 그 친구꺼만 본 거죠.

그러고 올해 5월쯤 그 스터디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도와주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카톡했으니 행복했습니다.


그러고 어제가 왔습니다. 교육기관 보고서 중간 점검차 모이는 자리였죠. 그 친구도 왔습니다. 이전까지는 그렇게 말을 안 걸더니, 그날따라 멋지게 입고 왔네, 어제 술 마셨냐, 옷 어디서 샀냐.... 많은 걸 물어보고 관심가져 주네요.

간만에 웃는 모습도 많이 보고 같이 있어 좋았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식사 자리에 갔더니, 자기 음식도 먹어보라며 챙겨주네요. 그리고 제 전화 덕분에 보고서를 쓰게 됐다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 그제서야 말합니다. 이번 겨울에 결혼한다고.


실망했습니다. 결혼한다는 사실에 실망한 게 아니라, 그 결혼은 하는 이유가 실망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예비신랑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더니,


'동갑이고, 애가 좀 착해요. 나이도 슬슬 차고 있어서 결혼하기로 했어요'


저는 괴로웠지만 차라리 정말 멋진 사람이 자신에게 헌신해주어서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혹은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짧은 연애 기간때문이 아니라 신랑에 대해 자랑해주길 바랬는데, 나이 때문에 결혼한다는 말이 실망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란 단어보다는 '걔가, 얘는' 이런 단어를 사용하더라구요. 그 단어에서도 이 사람의 인식이 느껴졌죠.


이제 제가 신경 쓸 일이 아니므로 오늘까지만 씁쓸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 덕분에 헌신하는 방법과 저를 꾸미는 방법을 알았으니 감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덕분에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제가 만나야 할 여성의 모습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친구와 팔짱 낀 사진, 그 사람과 단독으로 나온 사진, 그 사람을 위해서 정리했던 문서들을 지우며 마무리 합니다. 1개월 뒤 다시 보는데 그땐 제 책도 돌려받게 되겠죠.



긴 글이었어요. 이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짝사랑하시는 분은 꼭 현실에 무서워 하지 말고 마음을 표현하시기 바래요. 그리고 연애 중인 분들은 서로 헌신하는 관계가 되길 바랄게요. 유부남 형님들께서는 건강한 부부생활되길 바랍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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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47 emohc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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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글쓴이님도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에요
0
42 호르르르랄를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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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서 마음도 표현하셨으니 후회는 없으실거같습니다.
아쉽지만 그사람과의 인연은 여기까지고....  다음에 더좋은 인연이 기다리고있을겁니다.
화이팅하세요~
0
48 찐습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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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네요. 시간은 지나고 또 다른 좋은 인연이 있을 겁니다:)
0
M 기사님486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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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셔요...
무슨 조언이 들어오겠습니까..
시간만이 해결해 줄  문제라서..
0
56 cosmorose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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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고구마 묵고 물김치 안들이키는 기분이네요...  잘 정리 하시기 바랍니다.
0
49 아린유키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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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정말 이사람아니면 안될꺼같고 이사람 보다 좋은사람 없을거같다고 생각들수 잇지만, 시간 지나면 괜찮아 지실겁니다 힘내세요
0
31 즐건감상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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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요. 슬퍼마세요.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납니다.
거짓말같죠?
나타납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2
112 MiGGi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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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정말로 우린 아마 인연이 아닌가봐

내가 있어야 할 순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운명이란 인연이란 타이밍이 중요한 건가봐

버스커버스커 - 사랑은 타이밍 中

글만 봐도 씁쓸함이 느껴지네요.  힘내십쇼 좋은 인연 꼭 올 겁니다.
0
29 hd1001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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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제과거랑 좀 비슷하네요
파이팅
0
36 ok3112ok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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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먼저 님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모쏠이라서 그런 감정은 못 느껴 봤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아프네요.
작성자님께서 그녀와의 경험에서 좋은 점들을 얻을려고 하고 얻은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꼭 좋은 인연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고, 그때 행복한 작성자님의 글, 기대하겠습니다
0
37 혀누야혀누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자) 2020.07.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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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도 이렇게 긴 글 읽고서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다음에는 희망이 되는 글을 적어볼게요! 더불어 좋아했던 그 분은 제가 모르는 헌신을 받으며 행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0
14 시차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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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데 뭔가 감정이 전달되는군요. 읽는 내가 씁쓸하고 대신 짝사랑하는 느낌입니다. 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슬프게할까요. 작성자분도 부디 좋은사람만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0
5 엘카피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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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꼭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0
37 화니화니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01:21  
신고
형님~ 힘내세요~ 글 다 읽었습니다!!  먹먹합니다 ㅜㅜ
무슨 말을 한들 형님 맘이 나아지겠습니까~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쇼!
0
52 나이드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10:04  
신고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사랑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실수 있길..
0
59 폭력군종게시물검색 코멘트검색 전체게시물 2020.07.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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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런 비슷한 경험이 한번씩 있습니다~! 이번기회에 아픔을 통해 한단계 더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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